올해 하동군이 ‘마을이장학교’를 개설했다. 말 그대로 마을 이장이 학생인 학교다.
이 학교가 내건 캐치프레이즈는 ‘깨어있는 이장이 마을을 바꾸고, 그 마을이 나라를 바꿉니다’다. 나라를 바꾸는 시발점이란 의미가 대선 앞 시사하는 바가 크다.
마을이장학교는 올해 1·2기 두 차례 문을 열었다. 지난 3월 제1기, 당초 20명 규모의 개강을 목표로 했지만 모집 정원의 두 배가 넘는 인원이 참가 의사를 표하며 자연스레 4월, 2기 개강으로 이어졌다.
1·2기를 합쳐 모두 40명의 이장이 마을이장학교에 발을 디뎠다. 하동군 관내 319명의 이장 중 12.5% 수준이다. 첫 해 성과로는 괄목할 만하다.
마을이장학교의 성과를 짚기 전에 하동군이 2023년부터 시행한 마을협력가 파견사업을 빼놓을 수 없다. ‘마을협력가 파견사업’은 인구 감소, 고령화로 침체된 농촌 마을에 활력을 불어넣고 지속 가능한 지역 공동체를 구축하기 위한 전략적 사업이다. 이 사업은 청년 인력을 마을에 파견해 주민들과 협력하고 마을 자원을 발굴하는 등 공동체 활동을 지원하기 위해 시작됐다. 2023년 전국 최초로 시작해 1기 6명, 2기 7명의 협력가가 파견돼 활동하고 있다. 따라서 마을이장학교는 마을협력가 파견사업과의 유기적 협력 모델을 전제한다.
특히 마을협력가 파견사업의 성공에는 마을 주민이 있었다는 결과가 도출됐다. 협력가는 말 그대로 거들뿐, 변화의 실질적 주체는 마을 주민들이었음을 확인했다. 이러한 시행착오 끝에 하동군은 마을이장들의 마인드와 리더쉽에 변화를 주면 결국 마을이 변할 수 있다는 확신을 가지게 됐다. 이같은 취지에서 마을이장학교 개교라는 실험으로 이어졌다.
1·2기 참여 이장들을 대상으로 한 만족도 조사에서 마을이장학교 평가는 후했다. ‘매우 만족’과 ‘만족’ 응답률이 100%였다. 참여자들의 개별 평가를 보면 ‘혁신적이다’, ‘하동군의 전 이장들이 다 들어야 한다’, ‘찾아가는 이장학교가 만들어졌으면 좋겠다’라는 의견까지 나왔을 정도다. 그동안 마을의 변화를 바라는 이들의 열정에 더해 구체적인 방향을 제시하고 설정해 줄 만한 교육이나 컨설팅 등 갈증을 풀어줄 창구가 없었다는 점을 방증하는 결과로 풀이된다.
1·2기 교육을 받은 이장들은 자발적인 인적 네트워크도 구축했다. 단순한 동기 모임을 넘어 마을의 변화와 발전을 함께 고민하고 문제의 해법을 함께 공유하는 지속 가능한 관계로 나가기로 했다.
하동군마을이장학교 2기 수강생들이 하승철 군수 특강 뒤 함께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놀루와협동조합
올해 1·2기 마을이장학교 운영을 주관한 놀루와협동조합 조문환 대표는 지금의 상황을 점선면의 과정 중 ‘선’이 이어진 정도로 봤다. 마을협력가 파견사업과 마을이장학교가 이어지면서 파편적으로 진행됐던 공동체 회복의 과정을 하나의 선으로 연결했다는 의미다. 또 올해 마을이장학교가 이장들의 열정을 기반으로 ‘관점과 인식을 바꾼’ 계기가 됐다면 앞으로의 과정은 ‘역량의 내면화’로 이어져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결국 “교육만이 살 길이다”라는 조문환 대표의 철학과 맥을 같이 한다. “이제야 겨우 물길을 텄습니다. 이제 배를 띄워야죠.”
조문환 대표는 ‘배를 띄우는 일’은 자신들의 몫이 아니라 생각한다. 또 그렇게 되어서도 안 된다는 생각이다. 놀루와협동조합의 현재 인적 구성이나 내부 역량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하동군마을이장학교 참여자들의 뜨거운 호응과 타 지자체에서도 물밀 듯 쏟아지는 벤치마킹 문의에도 조 대표는 여전히 마을협력가 파견사업과 마을이장학교의 ‘지속 가능성’을 고민했다. 단지 교육과 훈련을 넘어 지역 사회가 자율적이고 지속 가능한 구조로 성장할 수 있는 토대를 만들어 가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지금까지의 과정도 지역 공동의 위기를 공동체 회복으로 극복해 보자는 민간의 제안을 선뜻 받아준 하동군의 개방성과 포용성이 없이는 불가능했을 일이다.
“변화하지 않아도 지역은 어떻게든 굴러갈 겁니다. 하지만 저희는 어떻게든 굴러가는 게 아니라, 건강하게 굴러가는 지역 사회를 만들고 싶은 거예요”.
올해 전국 최초로 ‘건강하게 굴러가는 지역공동체’를 지향으로 첫 실험을 시도한 하동군마을이장학교. “깨어있는 이장이 마을을 바꾸고, 그 마을이 나라를 바꾼다”라는 캐치프레이즈대로 하동군마을이장학교가 마을의 리더를 바꾸는 것을 넘어 지역 사회의 미래를 설계하는 플랫폼으로 성장하기를 기대한다.
정영식기자 jys23@gnnews.co.kr
하동군마을이장학교 1기 수료생의 모습. 사진=놀루와협동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