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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에서 지속가능한 삶과 미래 열기 '이제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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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도민일보] 조문환 시민기자
속성
2021/11/30
수도권과 격차 점차 벌어져 인구 감소 지역 '생존 기로' 정부·지자체 차원 논의 꿈틀 '대안 사회'아직 생소하지만 사람 모으고 공동체 살리는 지역 가치 발굴·알리기 계속
지난 3월 시작된 <조문환의 대안사회 생각> 연재가 이번 글로 마감된다. 개인적으로는 생각의 경계를 넘었던 시간이었다. 정부나 지방의 공직자들, 이를 깊이 연구하고 들여다보는 국책연구기관 학자들이 제안하고 말해야 할 것들을 몇 군데에서 경계를 넘는 발언을 하기도 했다. 덕분에 '로컬'이라는 단어를 안고 떠난 여행이기도 했다. 기고를 시작한 때부터 근 10개월이 지났다. 그간 국내외적으로 일어난 변화 또한 적지 않았다. 희망과 절망이 뒤섞인 시간들이었지만 그 속에서 미세하게 들려오는 음성은 그래도 로컬에 희망이 있다는 말이었다.
◇'대안사회'라는 불편한 이름 = 이번의 연재는 수도권과 지방으로 나뉜 이분법적인 현실에 좌절을 느낀 나머지 이를 극복할 수 있는 방안을 찾고자 시작했다. 그 방안의 키워드가 '대안사회'였다. '대안'이라는 단어는 최선이 아닌 어쩔 수 없이 제2, 제3의 길로 갈 수밖에 없는 현실이 반영된 것이다. 그렇기에 '대안'이라는 말을 써 놓고도 마음이 편치 않았다. 왜 우리는 대안사회를 얘기해야만 하는가? 하는 것이다. 로컬의 삶이 대안의 삶으로 불리는 것에 대한 아쉬움이 있어서다.
아직도 다소 그런 면이 있긴 하지만 대안교육이 한때는 생소하게 들렸던 시절이 있었다. 지금은 대안교육은 하나의 일상의 용어로 자리 잡아 가고 있다.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른 후에는 대안사회 또한 일상의 사회 현상으로 자리 잡게 될 것이라 믿는다. 그때까지는 대안교육이 그랬듯이 믿음을 가지고 나아가야 한다.
◇대안사회 전도사 정석·정영록 교수 = 대안사회를 고민할 때 걸출한 두 사람을 만난 것은 행운이었다. 전혀 다른 위치에 있지만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는 사람이 있다는 것에 대한 안도감도 분명 있었다. 정석 교수는 도시재생분야에서 손꼽히는 학자다. 이 분을 만난 것은 지난해 9월 무렵, 하동에 여행 오면서부터다. 그 후 내가 일하는 놀루와의 '마을학교'와 '사회적경제학교'에서 강의를 했고 지난 6월 하동에서 한 달 살이를 하기도 했다. 그의 생각은 <천천히 재생>, <도시의 발견>과 같은 저서들 속에 또렷이 녹아 있다. 정석 교수와는 섬진강 발원지 데미샘을 함께 여행도 했고 후에 남해군 일주도 같이 했다. 수도권 인구를 1년에 100만 명씩 지방으로 보내자는 '일백탈수'는 마치 선지자의 광야의 외침과 같다. 이미 청년은 시작됐고 베이비부머와 학부모들에게 기대하고 있다고 말한다. 하동에 이어 목포, 전주에서 한 달 살이를 하면서 '로컬에서 행복한 사람들'을 찾아내고 이들을 전국에 소개하는 일도 하고 있다. 그의 머리에는 로컬로 가득 차 있는 듯하다. 로컬과 대안사회를 생각하는 나에게는 일종의 정북을 가리키는 북극성과 같다.
정영록 교수는 서울대 국제대학원에서 경제를 강의하고 있다. 2019년 초 경남관광을 같이 고민하자고 연락을 해 왔다. 경남도의 경제자문역을 맡고 있을 때였다. '국제대학원 교수가 관광이라니!' 뜬금없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알고 보니 관광을 통해서 지역을 활성화해야 한다는 지론이었다. 그와 함께 사천, 남해, 하동의 해안을 탐구했다. 한일 관계가 극으로 치달을 때 일본의 세토내해를 같이 답사하기도 했다. 기존 산업단지로서는 더 이상 생명력과 활력을 회복하기가 어렵다는 생각이었다. 올해 5월 그의 이런 생각을 담은 책이 세상에 선보였다. <핏팅 코리아>다. 그는 구례로 하방하여 아예 2도 5촌의 삶을 살아가고 있다.
정영록 교수는 정석 교수와 문제의 인식을 같이하고 있지만 방법론적으로는 세대 간의 협력이라는 것을 제안했다. 시대적 혜택을 받은 베이비부머들이 로컬로 하방하고 그들이 가진 지식과 경험을 지역에 나눠주자는 것이다. 그 혜택을 청년들과 공유하고 양보하자는 거대 담론이었다. 국제대학원교수의 제언이라 하기에 그 또한 경계를 넘은 것처럼 보인다. 어쩌면 대안사회라는 것은 이처럼 학문의 경계조차 넘는 것은 당연한 일이기도 하다.
◇마을 그리고 지리산공동체의 의미= 첫 연재는 '마을은 침노하는 자의 것'이라는 제목이었다. 몇 십 년 전처럼 마을이 사람들로 들끓는 장소가 되기에는 너무 큰 강을 건너온 것이 분명하다. 그러나 그 마을을 포기하기에는 마을이 가진 의미가 너무 장대하다. 마을의 빈 집들을 공유제로 전환하여 청년들이나 귀농인들에게 초저리로 융자하자는 제안을 했다. 여기에는 자치단체의 역할이 중요하다. 예전의 '이중곡가제'처럼 '이중주택가격제'를 통해 마을을 생명이 도는 장소로 바꿀 수 있음을 주장한 것이다.
마을과 마을이 연결돼야 하나의 생명이 흐르는 삶터가 될 수 있다. 바로 교통이다. 좀 더 세부적으로 말하자면 대중교통이다. 아무리 자가용 시대라 하지만 대중교통은 지역을 잇는 핏줄임에 틀림없다. 태생적으로 하나의 공동체라 할 수 있는 인근 지역과의 대중교통 체계는 의외로 빈약한 현실이다. 이를 확인하기 위해 지리산권 5개 자치단체를 대중교통으로 돌아봤다. 근 9시간 만에야 출발했던 장소로 다시 돌아올 수 있었다. 도로는 있으되 교통체계가 연결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나는 수도권이나 메가시티에 상응하는 하나의 상징적인 장소를 지리산권역으로 본다. 지리산공동체라는 이름이다. 이것 때문에 '지속가능한 동네 지리산 공동체를 향한 꿈(제3회 연재)'과 '지리산공동체 대중교통 이음으로 삶 잇기(제7회 연재)'를 썼다. 이런 노력 때문이었는지 김민석 국회의원이 '지리산 둘레길에서 지리산 시티까지'라는 지리산공동체 토론회를 주최했다. 나는 토론자로 참석해서 지리산공동체의 의의와 이를 실현하기 위한 방안으로 대중교통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지리산권 출신이 아닌 서울 출신 국회의원이 지리산공동체를 감지했다는 것 또한 경계를 넘은 것이라 반갑지 않을 수 없었다.
◇지역을 보듬는 대안여행 = 주민공정여행사를 운영하는 사람으로서 나는 2019년부터 감지했던 것이 있었다. 기존 대중여행의 종말이다. 이것이 코로나19로 확연하게 끝마무리를 했지 싶다. 감히 말할 수 있는 것은 주민공정여행사를 운영하면서 '촉'이라는 것이 생겨났다. 다양한 여행자를 만나고 흐름을 읽은 결과이지 싶다. 주민여행사를 운영하는 사람들을 나는 한국 로컬여행의 소총수에 비유한다. 첨단무기를 소지할 수 없는 영세한 군인들이다. 단지 철모에 소총이 전부인 이들이다.
그러기에 외상을 입을 여지가 많다. 토양 자체도 얇다. 발아하다가도 금방 쓰러지는 일들이 다반사다. 권한 있는 곳에서 약간의 지주가 돼 주고 울타리가 돼 준다면 지역에 필요한 역할을 톡톡히 해 낼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지역여행사의 자양분은 오롯이 지역이라는 토양이다. 그 토양을 잘 분해해서 토종을 수확해 내는 역할을 한다.
이들이 생산해 내는 것은 대안여행이라는 지역맞춤형 여행이다. 여행으로 끝나지 않는다. 사람과 동네와 좀 더 크게는 자치단체와 함께한다.
놀루와는 이런 토양 속에서 이제 막 발아하는 과정에 있다. 도시에서 내려온 청년들과 현지 중년들의 분투가 어떤 때는 가슴 아릴 정도다. 대한민국 주민여행사의 현주소는 로컬의 현주소 보다 훨씬 빈약하다. 메이저 중심의 여행사에 의존한 결과이기도 하고 프랜차이즈에 익숙한 사회현실 때문이기도 하다. 그나마 근래 주민여행사에 대한 관심이 증대하고 있는 것은 다행이다.
◇그래도 희망이다 = 며칠 전 연례적으로 발표해 왔던 전국 시군구 소멸지수가 발표됐다. 전국평균 0.75다. 전국 시군구의 46.5%가 소멸위험지역에, 36곳이 소멸고위험지역에 포함됐다. 전년도에 비해 소멸고위험지역은 13곳이 늘어났다고 한다. 이런 지표상으로만 보면 암울하기 그지없다. 문제는 수도권의 과밀과 집중이다. 최악의 상황에 직면하면 반작용이 있게 마련이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차원에서 이런 문제들의 논의가 활발하고 민간 차원에서도 극복하기 위한 노력이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작은 열매나 성과들이 울림이 되고 있다. 연재를 하면서 느낀 것은 꿈틀거림이다. 꿈틀거림이 진동이 되기를 희망한다. 중앙정부와 지방정부는 진동이 지진이 되도록 의지를 집중해 주길 희망한다.
◇ 연재에 감사하며 = 하나의 주제를 가지고 근 1년 가까이 골몰한다면 그만큼 생각의 골이 깊어지게 될 것 같다. 나는 2012년 섬진강을 1년 동안 답사하면서 섬진강이 내 몸속에 흐르는 것과 같은 경험을 했다. 이번의 연재를 하면서 로컬과 대안사회가 내 속 깊은 곳까지 들어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이를 통하여 얻은 것이 너무 많다. 우리 사회의 현상을 내 방식대로 고민을 통해 체화된 통찰력을 가지게 됨에 대하여, 로컬의 현실을 같이 고민하는 분들을 만나 배움의 터로 삼았던 것에 대하여, 현장에서 대안사회를 만들어 가는 분들을 만나 긍정적 에너지를 얻은 것에 대하여, 연재를 위해 자문하고 함께 고민해 주신 분들과의 깊은 연에 대하여 등이다. 아울러 거대한 지면을 아끼지 않고 할애해 준 경남도민일보에 감사드린다. 2018~2019년 '괴테루트', 2020년 '연암루트'에 이은 4년 연속 주어진 기회였다. 생각의 근육을 단련할 운동장을 펼쳐 준 것이다. 대한민국 로컬에 희망을 건다. 대안사회라는 불편한 이름이 일상의 일들로 변모하기를 응원한다.<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