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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부-지방소멸대응기금] 2. 정부가 인정한 우수사례하동군, 시설확충 대신 사람에 초점인구 유출 방지·정주여건 개선행안부 대응기금 운영 평가에서도내 13개 시군 중 하동만 우수최하 등급보다 올해 48억 더 받아육아·보육환경 조성 거창군 호평민관산학 참여 정책 발굴 눈길
“그동안 지방소멸대응기금을 ‘조경’에 썼다면 이제는 ‘농사’를 지으라는 말이다.” 행정안전부가 지난해 12월 발표한 ‘2026년 대응기금 1조 원 배분계획’을 접한 지방자치단체 공무원들의 평가다. 행안부가 올해 지자체별(전국 107곳) 대응기금 투자계획을 평가한 결과, 경남 인구감소지역(11곳)과 관심지역(2곳) 시군의 희비가 엇갈렸다. 같은 인구감소지역이지만 48억 원의 예산을 더 받거나 덜 받는 차이가 발생했다. 예산을 많이 받는 곳은 인구 정책의 화두를 ‘시설’에서 ‘사람’으로 옮긴 게 인정받았다.
2025년 12월 12일 하동군 청년 마을협력가 사업 성과공유회가 열렸다. /놀루와
행안부, 2→4단계로 예산 차등 배분체계 개편
행안부는 대응기금 운영 패러다임을 ‘시설 조성’에서 ‘인구유입 효과’ 중심으로 획기적으로 개편했다. 주목할 점은 ‘성과 중심의 예산 배분’이다. 지난해는 배분 체계(인구감소지역 기준)가 2단계(우수, 양호)였다. 우수는 160억 원, 양호는 72억 원을 받았다. 우수가 8곳뿐이어서 대부분은 별 차이가 없었다.
하지만, 올해는 우수(120억 원)와 S(88억 원)-A(80억 원)-B(72억 원) 등급으로 4단계로 나눴다. 성과가 높은 지역에 인센티브를 집중시켜 ‘지역 주도의 지방소멸대응지원을 강화하자’라는 기금 목적에 충실한 사업을 하도록 설계한 것이다.
평가를 한 기금관리조합은 사람·일자리·마을 중심의 지역 활력 제고 사업을 통해 인구유입 효과를 창출할 것으로 예상되는 지역을 우수 등급에 선정했다. 또한, 지난해까지 대응기금 집행률이 저조한 지역은 우수에서 배제하는 등 운영 성과도 중요하게 고려했다.
서면검토·현장방문·대면발표를 통한 평가 결과를 보면, 대응기금을 받는 경남 13개 시군 중 하동군이 유일하게 우수로 뽑혔다. 이어 거창군은 S등급을 받아 상위권에 포함됐다. 반면 밀양시와 함양·고성·합천군은 A등급, 남해·의령·산청·함안·창녕군은 B등급에 그쳤다. 관심지역인 통영시와 사천시도 최하인 B등급을 받았다.
2026년 지방소멸대응기금 경남 주요 배분 결과 /행정안전부 자료
하동군과 B등급 5곳의 예산 차이는 48억 원이다. 전국의 관심지역은 18곳인데 통영·사천시는 우수보다 12억 원 적은 18억 원을 받게 됐다.
하동군은 대응기금이 처음 투입된 2022년 이후 변화와 사업의 실질적 효과를 입증하는데 주력했다. 청년인구 유출 완화(최대 64.8% 감소), 귀농·귀촌 인구 증가(매년 전체 인구의 4% 유입), 외국인 계절노동자 급증(2023년 대비 129.8%) 등이다.
군 관계자는 “지난해 160억 원을 포함해 최근 2년간 지방소멸대응기금 280억 원을 확보한 지자체는 우리가 전국에서 유일하다”며 “실효성과 실행력 높은 기금 투자사업 실천 계획을 수립했고, 하드웨어의 안정적인 추진과 ‘청년 마을협력가 양성’ 등 우수한 소프트웨어 사업을 인정받은 것”이라고 말했다.
하동군 고하마을 주민들이 청년 마을협력가 파견을 환영하며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 놀루와
지역·마을 지킬 사람 키우는 하동군 사례
하동군은 행안부의 ‘시설 조성 이외의 제도와 프로그램 운영(소프트웨어)’ 강화 방침에 초점을 맞췄다. 구체적으로 마을 중심 분야에서 ‘청년 협력가 양성, 마을파견 사업’을 진행했다. 청년협력가 역량과 마을 자원을 결합해 정주 여건을 개선함으로써 인구 유출을 방지하고, 마을의 자립기반을 구축하려는 전략을 세웠다.
이 사업은 단순히 청년에게 보조금을 주는 시혜성 정책이 아니라, 마을 공동체 재건을 위한 ‘유급 일자리’ 모델이라 할 수 있다. 3년 계약으로 선발된 청년들은 20대부터 60대까지 다양하다. 3개월간 강도 높은 공동체 교육을 이수하고 나서, 하동군 내 16개 마을 현장으로 파견된다. 현재 14명이 일하고 있다. 이들은 주 3~5일간 마을에 상주하며 실질적인 업무를 수행한다. 청년 협력가는 단순히 봉사하는 것이 아니라 △마을의 숨은 자원 발굴과 기록 △정부 공모 사업 계획 수립 지원 △마을 축제 기획 △주민 간 갈등 조정자 역할까지 한다. 해당 마을 이장·주민과 협력한다.
악양면 입석마을에서는 청년 협력가가 버려진 창고를 주민들과 함께 ‘마을미술관’으로 탈바꿈시켰으며, 매계마을에서는 주민들이 직접 ‘마을호텔’을 운영하고, 협동조합을 통해 마을 요양원 설립까지 준비하는 등 실질적인 공동체 복원을 이끌어내고 있다.
지난달 열린 ‘청년 협력가 10대 과제 발표회’에서는 ‘우리가 남이가 이달의 주민 선정, 마을주민과 그림 수업, 공동생일잔치, 공동농장 운영, 마을농산물 소포장과 협동조합 브랜딩, 주민 고수클럽 결성, 꿀밭 만들기, 마을노래 만들기, 할매 아트 스쿨, 마을주민 자서전 쓰기’ 등이 선보였다.
‘하동주민공정여행 놀루와’는 이 사업을 설계했고, 청년 협력가를 교육한다. 군에서 수탁해 사업을 운영 중이다. 조문환 대표는 청년 협력가를 ‘마을에 놓는 하나의 화롯불’이라고 여긴다.
그는 “마을은 천의 얼굴 그 자체이다. 협력가와 주민이 힘을 합해 마을에 놓인 각기 다른 상황과 난제를 잘 극복하는 모습이 아름답지 않을 수 없다”면서 “협력가 파견을 마을에 화롯불 한 대 놓아 드리는 것으로 생각했는데, 청년들이 마을에 온기를 더하니 그렇다. 청년이 마을공동체를 재생하는 매개자 역할을 한다. 이 사업이 로컬의 최전선을 지키는 마을로써 전국적 모델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 사업은 농촌경제연구원과 서울대학교, 전남대학교 대학원 등에서 학술적 연구대상이 됐고, 조만간 서울대 연구진이 일본 도쿄대학교에서 관련 내용을 발표할 계획이다.
또, 하동군은 행복의료원 연계 치료프로그램 보조인력을 양성하는 ‘매력도시 하동 건강인프라 구축’ 사업이 사람 중심 분야에서 우수사례로 뽑혔다.
이 같은 ‘마을·사람 중심’ 사업을 통해 하동군은 청년 인구 순유출을 대폭 낮추는 실무적 성과를 입증했다. 군 관계자는 “우리의 지방소멸 위기 극복 패러다임은 ‘컴팩트 매력도시’인데 누구나 살고 싶은 편리한 도시를 조성하고자 한다”며 “군민 의견 수렴을 통한 투자사업 발굴과 추진사업의 체계적인 관리, 생활밀착형 인구정책 시행을 통해 대응기금을 실효성 높은 사업에 집행하려고 노력 중”이라고 밝혔다.
‘아이천국, 거창012케어’ 설명도
거창군 ‘012케어’와 거버넌스의 힘
S등급의 거창군은 0세부터 12세까지의 단절 없는 육아 환경을 조성하고, 돌봄 공백을 없애는 ‘아이천국, 거창012케어’를 전면에 내세웠다. 공공산후조리원부터 육아드림센터, 방과 후 돌봄 시설을 하나로 잇는 이 프로젝트는 총사업비 518억 원(국비 174억 원, 광역기금 50억 원, 기초기금 160억 원, 군비 134억 원)을 투입하는 대형 기획이다. 행복맘센터(산모·태아 건강관리), 공공산후조리원(출산케어), 육아드림센터(0~6세 돌봄), 세대이음교육센터(7~12세 방과 후 돌봄) 등 4개 시설을 거창의료복지타운에 집적·연계 조성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착공했는데 완공 후에는 경남 북부권역의 의료·보육 인프라 확충에 크게 이바지할 것으로 기대된다.
군 관계자는 “2024년 합계출산율 1.2명으로 경남 시군 중 2년 연속 1위를 기록한 성과를 이어가고, 2030년 합계출산율 2.1명 달성을 목표로 설정해 올해 투자사업으로 계획했다”면서 “전국 최고 수준의 육아 환경을 조성하고자 청년이 머물고 아이 키우기 좋은 도시를 향한 정책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이 사업은 민·관·산·학이 참여하는 ‘거창군 이음추진단’을 통해 상향식으로 정책을 발굴했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이음추진단은 지역 여건과 투자계획의 적합성을 높이고, 대응기금 투자사업 성과를 모니터링하고 있다. 지역이 스스로 문제를 진단하고, 대안을 제시하는 지방 주권의 한 단면을 보여준 사례다.
지방소멸대응기금 투자사업을 심의하는 거창군 이음추진단 워크숍 모습 /거창군
여기에 더해 하동근 거창YMCA 사무총장은 “지역공동체가 함께 고민해 합리적인 운영방식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며 “지역 특성을 살린 다양한 사업을 펼쳐 아이 울음소리가 끊이지 않는 마을, 활력이 넘치는 지역사회를 만들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영호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