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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이 주인인 마을호텔6곳 방문기

생성일
2022/10/17 05:18
태그
[경남도민일보] 박정연 기자
속성
2022/02/17
강원 정선 18번가·하동 놀루와 등 도시공학자 마을호텔 6곳 탐방기 추진계기·효과·사람 이야기 담아 한적한 동네 활기·공동체도 부활
마을호텔에 체크인을 하면 어떤 기분일까. 일순간 공동체로 초대받는 따뜻한 기운을 느낄 수 있지 않을까.
책 <마을에 살다 마음을 잇다>에는 마을호텔 6곳 이야기가 담겨있다. 도시공학을 전공한 서울시립대 정석 교수와 대학원생이 공주 마을스테이 제민천·하동 놀루와·정선 마을호텔18번가·전주 별의별하우스·서울 서촌유희·군산 후즈를 탐험했다.
롯○호텔, 신○호텔 오성급 호텔은 물론 아니다. 관광객이 휴식을 취하는 공간이라는 점에서 '마을호텔'도 손님맞이를 한다. 일반 호텔과 가장 다른 것은 수익을 얻는 사람이 눈에 보인다는 점이다. 동네에 얼굴을 좀처럼 비치지 않는 대기업이 아닌 동네 주민·지역 자영업자가 주인이다. 스치듯 안녕 지나가는 관광이 아닌 '일주일 살기' '한 달 살기'와 같이 정주형 관광이 주목받으면서 자연스럽게 마을호텔도 곳곳에 생겨났다. 오래된 건물을 굴착기로 밀고 빌딩처럼 짓는 '수직적 호텔'이 아니라 빈집을 고치고 고택을 활용해서 만든 '수평적 호텔' 말이다.
"호텔에 없는 게 마을호텔에는 있다. 멋지게 고쳐진 오래된 집에서 달게 자고 일어나, 천천히 걸어 골목길 안 숨은 맛집에서 아침을 먹는다. 사진관 앞을 거닐다 찻집에 들러 강의도 듣고, 공방에 가서 손수 무언가를 만든 뒤 동네목욕탕에서 피로를 풀며 추억에 잠긴다. 마을의 역사를 절로 알게 될 것이고, 이사 오고 싶은 마음까지 덤으로 받게 될지 모른다."(7쪽)
코로나19에도 재방문율이 높은 데는 다 이유가 있다. 텅 빈 몸과 마음을 연결된 공동체 공간에서 채우는 것이다. 강원도 정선 마을호텔 18번가 옆에 자리 잡은 들꽃사진관 주인장 이혜진 씨는 고향으로 돌아온 청년 사진작가다. 사진관 앞에 붙어 있는 글귀가 눈에 들어온다.
"탄광의 흔적 속에서 오롯이 피어나는 저 들꽃처럼 사라져가는 탄광을 기록하고, 우리의 가족과 마을의 이야기를 잘 담아내어 기록될 아름다운 사진들을 여러분과 함께 만들어가고 싶습니다. 내일보다 젊을 오늘의 청춘을 담아낼 들꽃사진관으로 오세요."(84쪽)
하동군 악양면에 있는 협동조합 '주민공정여행 놀루와'도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는 관광 상품을 다양한 방식으로 만들고 있다. 많은 이들이 농촌 고령화·지방소멸 위기를 말하지만 실제 그 안에서 귀촌인과 원주민이 각자의 재능을 나누며 끊임없이 변화를 시도하는 이들을 찾아볼 수 있다. 놀루와 대표 조문환 씨는 고향 하동에서 28년간 공무원 생활을 하고 악양면장을 마지막으로 정년을 7년 앞두고 스스로 퇴직했다. 주민과 더불어 상생하는 여행 사업에 이어 마을호텔 탄생을 이끌었다.
"이전에는 마을 내 숙박시설이 없어서 (하동) 매계마을을 방문해도 외지인이 지어놓은 펜션 혹은 리조트를 이용해야만 했다. 그러면 마을이 유명해지고 찾는 방문객들이 많아져도 마을의 지속가능성이 보장될 수 없다. 우리 지역에서 소비되고 얻는 수익이 모두 주민에게 돌아오는 모델로 마을호텔을 기획하면서 운영하고 있다."(62쪽)
전주 별의별하우스는 6개 주택을 고쳐 숙박을 비롯해 교육·커뮤니티 공간으로 쓰고 있다. 별의별 협동조합 대표 고은설 씨는 전북 전주에서 태어나 서울에서 대학 시절을 보낸 건축학도이다. 그는 공공이 주도하는 재개발 사업을 눈여겨보며 다양한 활동을 펼쳤다. 전북도청사 철거 기록 작업을 주민과 함께한 것을 계기로 문화예술 커뮤니티를 만들고 외지인이 마을에 살아볼 수 있고, 쉬었다 갈 수 있는 공간을 만들었다.
"아이들의 웃음소리 뛰어다니는 모습은 노송동에서 잊힌 지 오래된 광경이었다. 생기가 돌았고 이웃 어른들도 기웃기웃 '철봉집'에 관심을 보였다. 그렇게 조금씩 노송동의 사람들은 얽혀지기 시작했다."(115쪽)
손님을 초대하고자 뭉친 마을 사람들, 그곳에는 추억의 달고나보다 달달한 마을 호텔이 있다. 185쪽. 1만 3000원. 픽셀하우스.